화장품에 관한 가장 불편한 진실이 바로 이 대목에 숨어 있다.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화장품은 70% 이상 물(정제수)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유분을 첨가해 피부의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것이 화장품의 기본 원리다. 그런데 물과 기름은 자연 상태에서 섞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섞기 위해 유화제, 가용화제, 분산제, 습윤제 따위 계면활성제를 사용한다. 개봉한 화장품이 변질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방부제를 첨가해야 한다. 유혹적인 빛깔과 향기를 위해 향료와 색소도 필요하다.
이들 성분 중에는 인체에 유해한 것이 많다. 2000년 미국 국립산업안전연구소가 의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화장품에서 총 884종에 이르는 독성 물질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78종은 신체에 매우 예민한 독극물이고, 376종은 피부와 눈에 악영향을 끼치는 물질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2004년 1월 <응용독성학회지>에는 유방암 환자 20명에게서 떼어낸 종양 조직 샘플에서 파라벤 성분이 검출됐다는 논문이 실렸다(영국 리딩 대학 P. D. 다버 박사팀). 파라벤이 유방암을 유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 환자에게서 예외없이 파라벤 성분이 나왔다는 것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파라벤은 화장품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방부제다. 고가 화장품일지라도 성분표를 보면 메틸파라벤ㆍ프로필파라벤ㆍ부틸파라벤 따위가 어김없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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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품, 이 성분만은 피해라<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에는 부록이 하나 딸려 있다. ‘지갑 속에 쏙! 가장 피해야 할 20가지 화장품 성분 카드’가 그것이다. 소비자들이 이 카드를 늘 갖고 다니다 화장품을 고를 때면 반드시 성분표와 대조해보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고 구희연·이은주씨는 말했다. 저자의 동의를 얻어 이 중 5가지 성분만 발췌·소개한다. 성분표에서 이들 명칭은 다르게 표기돼 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파라벤’은 ‘파라옥시안식향산에스테르’로도 표기되며, 메칠파라벤·프로필파라벤 등으로 종류 또한 다양하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은 서점을 찾아주시길. |
화장품, 이 성분만은 피해라<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에는 부록이 하나 딸려 있다. '지갑 속에 쏙! 가장 피해야 할 20가지 화장품 성분 카드'가 그것이다. 소비자들이 이 카드를 늘 갖고 다니다 화장품을 고를 때면 반드시 성분표와 대조해보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고 구희연ㆍ이은주씨는 말했다. 저자의 동의를 얻어 이 중 5가지 성분만 발췌ㆍ소개한다. 성분표에서 이들 명칭은 다르게 표기돼 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파라벤'은 '파라옥시안식향산에스테르'로도 표기되며, 메칠파라벤ㆍ프로필파라벤 등으로 종류 또한 다양하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은 서점을 찾아주시길. 유아용품도 예외가 아니다. 저자극ㆍ무자극을 내세운 유아용 로션, 크림, 보디 제품에도 이런 성분이 버젓이 함유돼 있다. 샴푸, 린스, 보디클렌저 따위 목욕용품은 상황이 더 끔찍하다.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쉬운 욕실에 있어야 하는 제품 특성상 더 많은 방부제가 들어 있다. 간혹 변질된 화장품이 눈에 띄는 것과 달리 샴푸ㆍ린스가 몇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라며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방부제ㆍ합성 계면활성제 따위가 화장품에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성분은 식약청이 화장품에 쓸 수 있게끔 허가한 물질이며, 화장품은 식품과 달리 피부에 소량 바르는 것인 만큼 인체에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희연씨는 '역치점'(생물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 크기)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떤 성분의 역치점이 100이라면 이 물질은 99.9까지 활성화하지 못한다. 그러나 100이 되는 순간 활동을 개시한다. 현대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중금속 대부분이 이런 역치점을 갖고 있다.
"몸에 역치점 이상의 독성이 쌓이려면 300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라고 화장품 회사들은 호언하지만 구씨는 생각이 다르다. "독성이 들어간 화장품 18가지를 쓰는 사람은 불과 11년 만에 역치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라고 그녀는 주장했다. 화장품 시장 세계 7위인 한국은 화장품 많이 쓰기로 소문이 나 있다. 2007년 화장품 업체 로레알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이 사용하는 화장품 가짓수는 낮에 12.9개, 밤에 6.47개에 달했다.
■그렇다면 천연 화장품이 대안이다?
석면 화장품 공포까지 겹치면서 요즘 유기농ㆍ천연ㆍ자연주의 따위를 내세운 화장품이 큰 인기를 누린다. 그렇지만 현행 화장품법상 천연 및 유기농 화장품을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은 없다. 따라서 자연 성분이 단 1%만 들어가도 이를 천연ㆍ자연주의 화장품이라 우기는 일이 가능하다. '유기농'은 조금 다르다. "비유기농 원료가 소량이라도 들어가면 유기농 화장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고 식약청이 밝히고 있어 '유기농 화장품' 용어를 쓰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식약청이 빨리 현실적인 지침을 정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에서 이른바 유기농ㆍ천연 인증을 받았다는 화장품 인기가 치솟고 있다. 유럽의 에코서트(Ecocert), 독일의 BDIH, 일본의 JAS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인증 마크 중에는 허가 기준이 예상 밖으로 허술한 것도 있다고 요즘 화장품 전문 강사로 인기가 높은 유정현씨(SSC 뷰티아카데미 원장, <화장품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역자)는 지적했다. 더욱이 최초 검사만 통과하면 그 뒤 천연 성분을 재조정해도 제재 조처가 없는 인증 마크도 있는 만큼, 과신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대안은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일까? 이것도 해답은 아니라고 구희연씨는 말한다. 팩이나 천연 비누를 직접 만들어서 쓰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화장품은 다르다. 천연 재료를 장기간 사용할 때 독성 반응이 생길 수 있는 데다, 화장품을 피부에 흡수시키기 위해서는 분자구조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한 만큼 화장품 만들기는 전문가의 몫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분과 기능에 따라 부위별로 사용하는 화장품
성분과 기능만 잘 파악한다면 몇 가지 제품을 하나로 합칠 수도, 부위별로 다른 제품을 바를 수도 있다. 특히 요즘엔 피부 부위별로 특화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니 좀 더 체계적인 피부 관리를 위해 부위별 맞춤 제품을 바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총 7단계의 베이스 메이크업 라인을 제안하는 코즈메틱 브랜드 로라 메르시에는 오히려 부위별로 세분화된 제품을 바르는 것이 피부에는 물론, 더욱 완벽한 메이크업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로라 메르시에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한현종은 “처음 7단계의 베이스 메이크업이란 말을 들었을 땐, 다소 많은 개수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 스텝의 제품을 피부에 두껍게 레이어드하는 것이 아닌, 부위별로 그에 맞는 제품을 소량씩만 바르는 것이기 때문에 피부에 부담이 되지 않죠.
유분이 없는 눈가엔 젤 타입의 컨실러를, 볼에 난 뾰루지엔 매트한 크림 타입의 컨실러를 사용하는 것은 피부를 위해서도 현명한 일이에요”라고 설명한다.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부 상태가 복합적인 경우가 많아요. T존 부위는 피지가 번들거리는 지성이지만 U존은 의외로 건조한 식으로 말이죠. 이런 경우 T존엔 가벼운 리퀴드 타입의 로션을, U존엔 리치한 크림을 바르는 것이 좋은 방법이에요.” 함유된 성분이나 기능이 비슷하다면 한 가지 제품을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아이크림, 넥 크림, 영양 크림에는 모두 보습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큰 문제가 없다면 한 가지 크림을 눈가와 입가, 목 라인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제품은 걸러내고 꼭 필요한 제품만 사용할 수 있어 화장품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
